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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영신..(送舊迎新)

태안장로교회 원로목사

사회복지사

:-남제현목사

태안신문사 칼럼니스트

 

어느덧 또 세원은 간다. 겨울과 새해. 겨울이면 한번 짚고 넘어가는 단어가 송구영신이다. 그래서 의미 있는 이 날을 위해 축하연을 마련하고 의미로 있는 날을 보내기 위하여 분주하다. 하룻저녁을 보내고 나면 누구나 세상에 사는 날은 1년이 줄어들어 지난해를 보내는 자세와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자세는 사뭇 진지하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 남아 있는 나날의 내용은 주인공 스티븐스는 6일간 여행에서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본다는 내용이다. “이제 와 무엇을 숨기리오.” 인생의 황혼 녘에 떠난 낯선 여행길에서 그는 비로소 회한의 눈물을 쏟아 낸다. 스티븐스는 영국 달링턴 가문의 저택을 35년간 관리해온 수석 집사이다.

 

그러다가 일주일간 휴가 중 여행은 제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 대전 사이, 격동하는 유럽 사회의 중심에 달링턴 경을 위해 헌신한 과거를 회고하게 된다. 직업의식이 투철한 그는 나이가 지긋해질 때까지 가까운 관광지 한번 둘러본 적이 없고 오로지 품위 있는 위대한 집사가 되기 위해 개인적인 삶을 철저히 무시하며 살아왔다. 황혼기에 과연 자신이 제대로 살아왔는지 회의를 하게 된다는 것은 비단 스티븐스 뿐은 아닐 것이다.

 

사생활에 희생해 온 자신의 삶 때문에 회한과 슬픔이 밀려오는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회한, 자신에게 다가온 여성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여 그녀가 다른 남자와 결혼해 떠나가는 것조차 묵묵히 지켜보기만 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20여 년 만에 만난 그 여인과는 그는 결국 또다시 이별하게 된다. 그러면서 뒤늦게 인생의 황혼기에 와서야 소박하지만 중요한 기억을 깨닫게 된다.

 

한 사람의 기억은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좋았던 기억들은 기억하면 할수록 과거가 의미 있어 내가 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반면 실패의 기억이나 상처받은 기억은 비관주의와 어리석은 인생의 삶에 패배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기억 중에 무의식의 기억과 관계가 깊은 암묵기억이란 과거의 경험이나 학습으로 뇌에 저장돼 있다가 다시 무의식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것이 잊었던 아픈 기억이 외부 자극으로 불현듯 작동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기억은 상처가 되기도 위로가 되기도 한다. 기억이 상처가 아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눈과 더불어 마음도 열리는 이러한 순간들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기억의 방을 통해 고통의 순간들에 어김없이 들어오는 거룩한 음성을 듣게 된다.

 

부자 3대의 끈끈한 혈육의 정을 그린 <게리 데이비드 골드버그> 작품 아버지의 황혼은 현대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각 세대에 큰 감동을 준다. 노년의 고독과 좌절, 용기와 의욕을 잔잔하게 다가온다. 노년의 아버지는 늙고 초라한 모습에 결혼한 지 50년이 된 노부부에게 어느 날, 쇼핑하던 중 아내가 심장 마비로 병원으로 실려 가자 아버지의 초라한 모습에 아들은 사업에 몰두하느라 부모를 자주 찾아볼 틈이 없었던 아들은 너무 늙고 약해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돌보아 드리게 된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회복되어 퇴원하자마자 아버지가 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가 혼수상태에 빠지고 아들은 자책감에 아버지를 극진히 간호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전과는 다르게 활기가 넘치고 젊은이보다 더 에너지를 보여 주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의사는 일종의 조현병으로 현실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기 때문에 20여 년 동안 환상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살아왔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선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임종 전까지 환상을 현실로 행복을 느끼게 해드리기로 한다. 결국, 암이 재발해서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지만, 아버지의 모습에서 용기를 얻어 온 가족이 그간의 삶에 화해하고 용서를 구하며 아버지의 마지막 임종을 맞아 드린다. 후회 없는 가족 간에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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